입학 한지 고작 2주 반정도 밖에 되지 않은 시점. 나는 뭐든지 열심히 하려는 자세를 가지고 있었다. 입학당일부터 과탑을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과탑을 넘어서 뭔가 더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와중에 우연히 창의적 대학설계 공모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참여대상이 1학년으로 한정돼있고, 대부분의 1학년은 술 마시고 놀러 다니는 시점이였다. ‘이건 기회다.’ 라는 생각이 들어서 무작정 신청했다.
공모전 내용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돌아보고, 앞으로 4년 간의 대학생활을 설계해보는 것이였다.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아서, 해당 내용을 작성하는 것은 금방이였다. 그러나 이제 막 고등학교 졸업한 새내기한테 앞으로 4년간의 계획을 짜라는 건 다소 막막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전략을 세웠다. 우선 점수항목에 구체성이 있으니, 이건 ‘내가 계획할 수 있는 토익에 대해서 자세히 쓰고 점수를 가져가자. 나머지 부분은 나의 상상과 바램들로 채워야겠다.’ 라고 생각하고 체계도 없이, 그냥 생각의 흐름대로 글을 써내려갔다. 물론 후에 글을 몇 번씩 고치긴 했으나, 그래도 역시나 그건 조잡한 생각의 나열에 불과한 글 이였다.
그저 상 하나 받아보려고 쓰기 시작한 글 이였다. 그런데 글을 쓰다 보니,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면서 점점 재밌어지기 시작했다. ‘나는 누구인가, 내가 바라는 것은? 그걸 왜 바라는가, 그걸 이루지 못한다면? 나는 왜 살아있어야 하지, 내가 원하는 건 뭐지? 내가 생각한 미래를 이루면 정말 행복할까? 그런 미래를 이루려면?’....
나는 생각하는 걸 좋아한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은 본질을 찾아가려고 하지만, 항상 본질에 닿기는 힘들며, 오히려 그 외의 다양한 생각의 기회들을 마련해주는 것 같다. 그러나 평소에는 이런 사유를 가지기 힘들다. 워낙 바쁘기 때문이다. 이 공모전에게 감사한 점 하나는, 나에 대해서 좀 더 생각할 기회를 마련해주었다는 점이다. 아마 이 대회가 없었더라면, 이런 생각들을 6개월 동안 하지 못했을 것이다.
또 한 가지 좋았던 점은 나 말고도 정말 열심히 하는 1학년들이 있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했기 때문이다. 다들 공부도 열심히 하고, 나처럼 각종 공모전·대회를 시도하고 있는 것 같았다.
덕분에 자극을 받았다.
이런 이유들로 나중에 열정을 가진 후배가 생기면, 본 공모전을 추천해주고 싶다. 또한, 대학교 첫 학기부터 상을 받고 시작할 수 있다면, 얼마나 상쾌한 시작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