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번호
69356
작성일
2019.08.07
수정일
2019.08.07
작성자
장민주
조회수
27

이야기를 걷다 / 조갑상

이야기를 걷다 / 조갑상 첨부 이미지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인상적인 장소가 나온다. 그리고 이내 그곳을 찾아가 인증샷을 찍어 SNS 올린다. 성지순례의 행렬에 동참했다는 만족감이 밀려온다. 그곳 또한 여느 카페처럼 커피를 파는 집이고, 그곳 또한 여느 식당처럼 밥을 파는 집이지만, 매스미디어의 실제 장소로 픽업되는 순간 일반명사에서 고유명사로의 질적 고양이 일어난다. 게다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연예인이 스쳐지나가기만 해도 그곳에서 그가 호흡했던 공기를 같이 느껴보는 것이 진정한 팬의 임무로 내재화되기도 한다. 그렇게 공간은 의미부여가 되는 순간 명소가 된다. 기억, 이야기가 결합되면서 특별난곳이 되는 것이다. 이 책 이야기를 걷다:소설 속을 걸어 부산을 보다는 소설에 등장하는, 또는 그 작가와 얽혀있는 부산의 이곳저것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글쓴이가 영국에서 1년간 생활하면서 느낀 가장 큰 당혹감은 집벽마다 붙어 있는 동그란 동판이었다. 거기에는 그 집이 언제 지어졌는지가 기록되어 있는데, 시골마을이고, 도시이고 간에 기본이 1800년대였다. 우리나라로 치면 조선후기, 실학이 어떻고, 중세에서 근대로의 이행이 어떻고 하는 역사를 들먹거려야 만날 수 있는 시대인 것이다. 그런데 그곳에는 그냥 일상에서,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사실이 오히려 비현실적이게 다가왔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 한국 사회에서의 공간, 건물 등은 몇 십 년을 유지하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부산 또한 그러하다. 지금 우리가 걷고 있는, 살고 있는, 이곳은 어떤 곳인지 기억하는 사람, 기억을 들려줄 사람이 있을까 싶다. 다행히 이 책은 이렇게 우리의 눈 속에서는 사라진 듯 보이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그 공간의 기억들을 소환해주고 있다.

   서울에서 나고 자란 글쓴이가 부산에 온 것은 4년 전이었다. 그 전에는 한 두번 여행으로 왔을 뿐 사는 곳으로서의 부산은 그야말로 난생 처음이었다. 그렇게 을숙도 너머, 부산사람들도 생소하다는 명지에 거주하고 있다. 매일처럼 을숙도 위를 달려, 하구둑을 지나 지옥같은 하단오거리의 교통 체증을 뚫고 학교를 오가는 내게 부산은 그냥 일터였다. 가끔씩 나가는 서면, 남포동, 해운대 등은 여전히 관광객들과 다를바 없는 방문지였을 뿐이다. 부산에 살고 있지만 여전히 이방인처럼 잠시 얹혀 지낼 뿐이었다. 그러다가 작년부터 동래 기영회에 대한 관심으로 동래를 공부하고, 대중가요사와 얽힌 부산의 가수와 장소를 찾으면서 보이지 않은 숨겨진 부산의 이야기들에 매료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근자에 만난 이 책 이야기를 걷다:소설 속을 걸어 부산을 보다까지. 말씨는 여전히 서울말씨이지만 이젠 조금씩 부산인이 되어가는 느낌이다.

   서울 사람들은 외지사람들이 응당 잘 가는 이름난 곳에는 잘 안 간다. 늘 갈 수 있기에 언제나 못가는 곳이 태반이다. 내가 만난 부산사람들도 많은 이가 그러했다. 자신의 지역이고, 매일같이 살아왔던 곳이기에편하긴 하지만 그닥 매력을 느끼지는 못하는. 오히려 이곳을 떠날 때 새삼 그 소중함이나 매력을 느낄 수 있게 되기도 한다. 그러니 서울 사람이 부산 사람 학생들에게 권하노니 이 책을 통해 부산을 조금이나마 알아갔으면 좋으리라. 그리고 언젠가 나같은 외지사람이 묻는다면 내 사는 동네의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기를.

 

교양도서 추천 - 기초교양대학 김형근 교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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