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번호
65928
작성일
2019.05.07
수정일
2019.05.07
작성자
장민주
조회수
90

단편적인 것의 사회학 / 기시 마사히코 지음, 김경원 옮김

단편적인 것의 사회학 / 기시 마사히코 지음, 김경원 옮김 첨부 이미지

단편적인 것을 단편적인 글로 다뤄 진리를 엿보여주는 방법

 

     학문이나 이론은 총체적인 것을 추구한다. 그러나 진리가 우리 앞에 총체적인 모습으로 나타나지는 않는다. 단편적인 형식으로 자기 모습을 빼꼼히 드러낼 뿐. 학자가 하는 일이란 그 편린을 모으고 맞추어서 총체적인 모습을 재구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이렇게 총체적인 것에 연연하는 동안 손아귀에서 빠져나가는 무수히 많은 진실의 조각들이 있다. 단편적인 것이 총체적인 것으로 집성되기를 기다리기 이전에, 그래서 단편적인 것이 단편적인 채로 흩어지기 전에, 단편적인 것 그대로가 진실을 말하게 할 수는 없을까?단편적인 것의 사회학에서 그런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이 책에서는 단편적이고 일상적인 이야기들을 여러 단편적인 글로 다루고 있다. 그중의 한편을 직접 보는 게 이 책의 성격을 이해하기에 가장 좋겠다.이야기의 바깥에서라는 꼭지에 나오는 얘기다. 저자는 전쟁 체험자의 강연회에 갔다가 본 행사가 시작되기 이전에 고령의 강연자와 잠깐 대화를 나누었다. 그는 자기의 전쟁 체험을 이야기하는 도중에 어떤 대목에서 눈물을 흘리며 힘들게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리고 강연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그 강연자가 자기에게 들려준 것과 같은 이야기를 하다가 아까 그 대목에서 똑같이 눈물을 울리며 똑같은 태도로 이야기를 하더라는 것이다. 뭔가 이상야릇한 장면이긴 한데, ‘그래서 뭐가 어떻다고?’ 우린 이렇게 생각하고 지나치기 쉽다. 그런데 저자는 여기서 강연자가 이야기를 하기보다 이야기가 오히려 강연자를 조종하여, 이야기가 자기를 이야기하고 있다는 생각 을 한다.

     이처럼 이 책은 사회학자가 쓴 수필과 같은 글이다. 학문과 수필의 결합이라 하겠다. 단편적인 것에서 학문적인 의미를 예리하게 포착해 단편적인 글들로 표현한 것이다. 단편적인 것을 다루는 건 좋은데, 글마저 단편적으로 썼어야 했을까? 이런 의문 내지 불만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책의 문체에는 저자 나름의 학문에 대한 철학과 서술 전략이 들어 있다고 보인다. 현상 자체가 불명확하고 산만한데 그것을 학문의 체계와 논리의 틀에 맞춰서 서술하다 보면 그에 투영된 진실이 왜곡되기 쉽기 때문에 이런 방식으로 글을 쓴 것이 아닐지. 각 편의 내용이 흥미로울 뿐만 아니라 기존 학문의 방법론을 다시 생각해 보게 하는 책이다.

 

교양도서 추천 - 기초교양대학 박상석 교수님

 

첨부파일
첨부파일이(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