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번호
65924
작성일
2019.05.07
수정일
2019.05.07
작성자
장민주
조회수
95

오레오레 / 호시노 도모유키 지음, 서혜영 옮김

오레오레 / 호시노 도모유키 지음, 서혜영 옮김 첨부 이미지

자타불이(自他不二)에 관한 아주 기이하고 구체적인 상상

 

     소설이란 웬만큼 기이한 것을 다루어야 한다. 설혹 리얼리즘을 추구한다 하더라도 뭔가 문제가 되고 눈여겨보아야 할 대상을 다루어야지, 그저 진부하고 뻔한 사실은 얘깃거리가 될 수 없지 않겠는가? 우리나라 소설의 출발점에 있는 『금오신화(金鰲新話)』도 이승의 남성이 저승의 여성과 사랑을 나누는 등의 기이한 이야기, 이른바 전기(傳奇)였다. 여기서 소개하는 『오레오레』라는 일본 소설의 번역 작품도 꽤나 기이한 이야기이다. 그 기이함이란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이 어렵게 취직을 하여 직장에 들어가지만 이직도 꽤 많이 한다. 일이 많고 적성에 안 맞거나 일터가 멀거나 한 여러 가지 사정이 있겠지만, 사실 가장 힘든 건 사람이라고들 한다. 함께 일하는 사람이 주는 스트레스가 이직의 가장 큰 원인일 것이다. 꼭 업무에서만 그렇겠는가? 사회생활 전반에서 인간관계의 마찰이 주는 스트레스는 상당하다. 그게 심하다 보면 간혹 대인기피를 넘어 대인공포를 겪기도 하고, 더 심하면 히키코모리가 되기도 한다.

     이런 상황을 타계하기 위해 우리는 많은 방법을 강구한다. 아주 착한 사람이 되어 보기도 하고, 아주 사나운 사람이 되어 보기도 하고, 고분고분한 자세를 취해 보기도 하고, 강성(强性)의 스탠스를 취해 보기도 한다. 그리고 누구는 타인과의 마찰을 넘어서기 위해 종교적, 철학적, 심리적으로 접근해서 마음과 생각을 바꿔 보려고도 할 것이다. 가령, ‘나와 남이 둘이 아니다, 다 한 사람이다.’라는 자기 최면을 걸 수도 있다. 말하자면 불교에서 말하는 자타불이(自他不二)를 꿈꿔 보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정말로 자타불이의 세계가 된다면, 그래서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이 다 라면 어떨까? 타인과의 다툼이 있을 리 없으니 편할 것이다. 사람들 간에 형제애가 충만하니 좋을 것이다. 그런데 과연 그렇게 좋기만 할까? 내가 다른 사람과 달랐으면 하는, 내가 세상의 유일한 존재였으면 하는, 개성과 정체성을 향한 이 강렬한 욕구는 어떻게 될까? 편하고 좋은 것은 잠깐이고, 그 억눌린 욕구가 질러대는 비명에 나의 내면은 타인과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을 때보다 더 시끄러워지는 것은 아닐는지.

     나와 남이 다 한 사람이 된다면? 사실 이건 어쩌다 우리의 잠깐 머릿속에 잠깐 스치고 지나가는 상상일 터인데, 이 상상을 구체적인 사건으로 만들어서 번역본의 분량이 삼백 페이지나 되는 그럴 듯한 이야기로 만들어낸 기이한 소설이 바로 『오레오레』이다. ‘오레오레(おれおれ)’는 일본말로 나야, 라는 뜻이다. 주인공이 어쩌다 얻은 남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어서 오레오레라고 장난을 치는 순간 그는 정말로 핸드폰 주인이 되고, 핸드폰 주인은 또한 주인공이 된다. 이런 대책 없는 자타불이의 상상이 어떻게 개연성을 얻고 어떻게 결말까지 수습되어 가는지 궁금하다면 소설을 펼쳐보기 바란다.

 

교양도서 추천 - 기초교양대학 박상석 교수님

첨부파일
첨부파일이(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