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번호
64532
작성일
2019.04.01
수정일
2019.04.01
작성자
장민주
조회수
118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 오찬호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 오찬호 첨부 이미지

차별을 구성하는 우리들과 그 너머

 

  김원영의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이 사회적 실격자로 차별받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변론을 통해 인간 존엄성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린 책이라면 이 책은 이십대, 특히 대학생들의 입장에서 좀 더 가깝게 살필 수 있는, 일상 깊숙이 침투한 차별과 그 속에서 간과하고 있는 구조적 문제를 보여주는 그림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여러 대학에서 강의하는 사회학자로 많은 학생들을 만나면서 그들의 사소한 말과 행동에 깃들어 있는 견고하고도 세밀한 차별을 발견하고 분석한다. ‘괴물이 된 이십대의 자화상이란 부제가 말해주듯, 오늘날 이십대는 괴물이 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괴물이 되어버린” “부당한 사회구조의 피해자지만, 동시에 가해자로서 그런 사회구조를 유지하는 데 일조하는 존재라고 이야기 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하자면 자기계발 권하는 사회의 논리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살벌한 경쟁 자체를 모범적인 삶으로간주하며 안으로는 극단적 자기 관리의 고통에 피가 마르면서도 밖으로는 사소한 경쟁우위를 위해 어떤 차별로 서슴지 않는 걸 공정하다고까지여기는 것이다.

  여기까지만 보아도 알 수 있겠지만, 이 책은 불편하다. 그러나 성적이나 대학 이름으로 서로를 차별하고 차별받는 이십대를 보고하는 것이 이 책의 주목적은 아니다. 우선 그 차별의 부당함에 대해 말한다. “사실 대학서열이 사회문제가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사람의 잣대를 학습 역양’(수능 점수)만으로 줄을 세워 판단하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고유한 특징과 자신 있는 분야가 있게 마련인데 오늘날 사회는 수능 성적, 이어서 취업 성적으로만 한 사람을 판단한다. 취업률에 따라 학과를 대하는 태도도 달라진다. 그래서 다양한 종류의 자기계발은 대체로 취급받지 못하고 단지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만이 자기계발이 되어버린다.

  자기계발서는 더욱 불티나게 팔린다. 자기계발서들은 사회는 어쩔 수 없으니까, 개인이 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런 논리에 계속 노출되면 좀 더 큰 구조를 보는 눈을 상실하게 된다. “결국 취업이 안 되는 것은 사회적 문제가 아니라 개인이 평소 마땅히 해야 할 자기계발에 매진 안 한 결과가 될 뿐이다.” 청년들은 좀 더 열심히 살지 못한 자신을 탓하고 성과가 없는 사람들을 게으른 자로 비난하며 서열화 한다. 그리하여 사회를 함께 바꿔나가기보단 자신들끼리의 와각지쟁과 이전투구에 빠지게 됐다.”

 

  3장까지 불편함이나 부끄러움을 느끼더라도 좀 더 읽어나가면 저자가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를 4장에서 만나게 될 것이다. 제목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자기계발 권하는 사회를 치유하자!’ 개인만의 잘못이 아니라는 말이다. 저자는 우리 사회의 자기계발 열풍은 개인의 절박한 상황을 방치하는 사회 시스템 때문에 가능했다고 진단한다.

  문제는 시스템이다. “사회는 늘 최종적인 결과가 곧 개인적 역량 차이가 객관적으로 나타난 것으로 본다.” “하지만 주어진 상황과 환경에 따라 변할 수 있는 경쟁력을 그 사람의 절대적 경쟁력으로 간주해버리는 건 분명 불공정한 일이다. 이런 문제점들을 뭉개버린 채 그저 능력 차이를 이야기한다는 건 부당한 일이다.” 개인의 노력이 아니라 부모의 학력이나 소득 수준으로 자식의 성적이나 스펙이 결정되는 세상, 개천에서 용 나기 어려운 세상, 이러한 구조적인 불평등을 먼저 고려할 때 진정 이십대를 이해하고 위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아프니까 청춘이다등의 말들은 진정한 위로가 될 수 없다. 완전히 틀린 말로 폐기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그것은 시련이 반드시 열매를 맺어주는 사회에서나 의미 있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사생활의 천재들에서 정혜윤은 한 사회의 인문학적 수준은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얼마나 개인의 문제로 돌리느냐를 보면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의 현실에서는 온갖 공정하지 못한 기회와 과정으로 인해 나타난 결과의 피해자들이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자기 스스로 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비정규직이 피해를 입는 것은 그들이 못나서고, 대학생들이 학교서열에 따라 멸시와 차별을 받는 것도 그들의 능력이 부족해서다.” 우리는 스스로에게, 그리고 누군가의 결과만을 보고 이런 결론을 내리지 않도록 사회의 인문학적 수준을 높여야 하고 구조적 문제에 대해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

  저자는 항변한다. “기회는 균등하게 주어지고, 과정이 공정하고, 결과가 정의로워서 다들 노력만 하면 되는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우리가 다 함께 만들어야 할 사회일 것이다. 우선 책을 통해 개인을 넘어서 사회 구조적 문제를 보는 눈을 키울 수 있길 바란다.

교양도서 추천 - 기초교양대학 이소연 교수님

첨부파일
첨부파일이(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