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번호
64531
작성일
2019.04.01
수정일
2019.04.01
작성자
장민주
조회수
115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 김원영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 김원영 첨부 이미지

잘못된 삶이 존재하는가

 

  따라서 우리는 존엄하고, 아름다우며, 사랑하고 사랑받을 가치가 있는 존재인 것이다. 누구도 우리를 실격시키지 못한다.”

 

  이 책의 최종 변론이다. 단순하고 명쾌해서 강하고 아름답다. 또한 재차 강조할 필요도 없이 지극히 당연한 말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이를 온 몸으로 이해하고 실천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특히 그 우리의 자리에 장애인, 병자, 성소수자, 추한 외모, 극빈자 등이 들어간다면. 사람들은 그들의 고유한 존엄을 생각하지 못하고/않고 떨어지는 품격을 생각하며 그들을, 그들의 삶을 실격시킨다.

  이 책은 주로 장애인들을 대하는 비장애인들과 사회의 고착된 태도를 촘촘히 들여다보면서 그것을 극복해나가는 지난한 여정과 다 함께 극복해나가야 하는 당위성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 전에 습관적으로 잘된 삶잘못된 삶을 가르고 심지어 부당하게 차별하는 우리를 보여준다.

  차별의 기준은 정상성이다. 우리는 스넵 사진 찍듯이 짧은 시간 누군가를 보고 나서 그 사람이 정상적이지 않다고 판단한다. “이들은 자기 삶의 이야기를 최선을 다해 작성해나가는 삶의 저자들이지만, 이들을 배제하고 밀어내고 낙인찍는 사회적 관행과 정치적 힘, 그리고 자기 존재를 발전, 확장, 농축할 기회를 부여하지 않는 정치경제적 구조 때문에 잘못된 삶이라는 낙인을 안은 채 사회 밖으로 밀려난다.”

  그런데 도대체 정상성이란 무엇인가. 그것이 처음부터 존재했던 것인가. 사회는 다양성으로 가득 차있다. 그러나 우리는 주류, 다수, 힘의 논리를 들어 정상성을 개발하고 그에 속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차별하거나(가장 심한 경우가 우생학이다), 좀 더 낫게는 그들이 정상 사회에 통합되도록 유도한다. 이를테면 장애나 질병은 가능한 한 치료하고 교정해야 하는 것으로, 그것을 지닌 사람들은 정상적으로보이도록 훈련해야 할 대상으로 취급하는 것이다.

  그렇게 다양성은 존중받지 못하고 무시되거나 무너진다. 예들 들어 수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소리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종류의 공간 패턴을 인식하고, 발명하고,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의 삶에 대해 단정적으로, 편견을 가진 시선으로 대하면서 다양하고 복잡한 인간의 존재 방식과 언어적 풍성함을 간과하는 일을 저지른다.

 

  저자는 초상화를 그리라고 요구한다. 그리고 공동저자가 되어볼 것을 제안한다.

  우선 초상화는 사진과 비교해 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사진은 하나의 순간을 드러내고, 바로 그 순간 개인의 모습이 어떠한지 보여준다. 반면 초상화는 긴 시간에 걸쳐 한 사람의 모습을 담는다.” 어떻게 한 사람이 써내려온 서사를 한 순간의 사진으로 이해할 수 있겠는가. 초상화를 그릴 때 우리는 비로소 그 신체를 통해 한 사람의 복잡다단한 역사를 읽어내고 그 사람의 고유한 개별성을 사랑하는 것으로 나아갈 수도 있다.”

  또한 우리가 생활 속에서 사소하게나마 상대방의 초상화를 그려보려는 미적?정치적 실천을 한다면 그런 것들이 모여 부당하게 실격당했던 자들이 자기 삶의 조건을 수용하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감하고 탁월한 자아를 구축하게 한다.” 그것은 나아가 법률이 되고, 헌법이 되어 우리 공동체의 최고 규범이 된다.” 우리는 그들과 공동저자가 되어 고유한 삶의 서사를 작성할 수 있게 한다. “인간의 존엄성이 모든 이념의 중심에 오는 세상을 향한 긴 순환이 시작되고 이어지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궁극적으로 나를 더 깊이 사랑하고 관용하게 된다.” 무엇보다 우리는 그 일을 할 수 있다.

 

  이 책은 골형성부전증으로 지체장애 1급 판정을 받은, 현재 변호사인 저자의 삶에서 시작된 것이다. 최종 변론으로 치닫는 모든 여정은 놀랍도록 섬세하고 치밀하다는 것을 알게 되겠지만, 그 전에 삶으로 쓴 텍스트를 통해 강한 힘과 울림을 저절로 느끼게 될 것이다. 독자는 저자의 초상화를 멋지게 그릴 수 있게 될 것이며 못났거나 모자라다고 생각하는 자신을, 혹은 또 그러한 다른 이들의 초상화도 다시 그릴 수 있는 가능성을 확보하게 될 것이다.

  잘못된 삶으로 사회적으로 실격인간이 되었던 자들이 그들을 존중하는 사람들과의 일상적 상호작용을 통해서, 각자가 가진 결핍을 수용하는 윤리적 결단을 바탕으로, 권리의 발명과 법제도의 변화를 달성하면서자신의 존엄을 확고하게 각인시키는 과정, 결국 자신을 사랑하게 되는 과정에 동참하다보면 자연 그리 될 것이다. 각 장을 유려하게 연결하며, 자칫 우리가 간과하거나 오류로 빠질 수 있는 부분들을 보완하며 나아가는 논리의 향연도 느껴보길 바란다.  

 

교양도서 추천 - 기초교양대학 이소연 교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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