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번호
52638
작성일
2018.05.14
수정일
2018.05.14
작성자
강나연
조회수
92

감정노동 / 앨리 러셀 혹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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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노동    

앨리 러셀 혹실드 지음

 

  현대는 육체적 노동뿐만 아니라 감정 관리까지도 요구되고 있는 ‘감정노동사회’라 할 수 있다. 이 감정노동사회에서 우리 대부분은 노동자로 살아간다. 이매진에서 출판된 <감정노동>은 현대 자본주의사회의 ‘감정노동’을 개념화하고, 감정을 상품화하는 사회를 진단한 책이다. 저자 혹실드는 여성 노동과 사회 문제에 관한 여러 책을 집필한 사회학자로, 서비스를 파는 과정에서 인간성까지 팔게 되는 심각한 자기소외의 과정을 이 책을 통해 살펴보고 있다.
  감정노동자란 스튜어디스나 백화점 직원 등으로, 친절과 미소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종의 노동자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하층 계급과 노동자 계급은 사물에 관련된 일을 하는 반면, 중간 계급과 상층 계급의 사람들은 사람을 다루는 일을 많이 한다. 특히 남성보다는 여성이 사람을 다루는 직업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감정이 사회적, 상업적으로 이용될 때는 성에 따른 차이와 계급에 따른 차이가 함께 나타나는 것이다.  
  유대가 깊을수록 사실 더 많은 감정노동이 진행되지만 우리는 그것을 의식하지 못한다. 가장 개인적인 유대가 맺어지는 상황에서 감정노동이 가장 강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그 한 예를 보자. 가정은 직장에서의 감정노동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장소라고 생각하겠지만 암묵적으로 감정의 의무를 부과하기도 한다. 자녀에 대한 부모의 감정적 의무, 즉 사랑을 ‘자연스러운 감정’이라고 규정하는 것 자체가 관습적인 강요가 된다는 것이다. 
  현대사회에서는 감정이라는 개인적인 영역이 차츰 상업적으로 이용되고 관리된다. ‘관리’에 따라 노동자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어떻게 감정을 표현할 것인가에 대한 법칙이 결정된다. 직원들이 예우를 받을 권리가 고객들의 권리에 비해 더 약하고, 내면 행위와 표면 행위가 판매를 위한 노동 형태가 되고, 개인의 공감과 온정을 회사에서 이용하는 상황에서 한 개인이 자신의 감정이나 표정을 어떤 방식으로 표현하게 될까? 감정과 표현을 분리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지속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일반적으로, 감정을 앞세우는 것은 위험하다고 여기곤 하는데 이 말은 감정을 억제하는 것이 좋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나 개인적인 차원에서 보면 감정을 숨기고 억제하는 것은 자아를 잃어가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항공업계의 직원, 특히 승무원의 사례를 들며 감정노동을 설명하고 있다. 진심으로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던 사람들이 계속해서 늘 똑같이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고, 감정이라는 도구를 회사에서 과용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노동자들은  감정까지도 자부심을 느끼도록 요구하며 자아 영역마저 강요를 하는 것에 대해서 저항하게 된다. 점차 감정도 노동의 일부라는 인식이 일반화되기 시작하고, 감정노동의 강요에 문제를 제기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감정이 성공적으로 상업화된 상황에서는 노동자가 거짓이라는 느낌이나 소외되었다는 느낌을 받지 않는다. 노동자는 자신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실제로 얼마나 인간적인지에 만족감을 느낄 것이다. 그러나 노동자와 회사는 감정노동에 대한 접근 자체가 다르다. 어느 항공사에서 노동자가 아프면 회사에서는 “파손”이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있는 것처럼 노동자의 표정과 감정은 도구로밖에 사용되지 않는다. 
  친절, 미소, 서비스라는 가면 뒤에서 병들어 가는 사람들, 가장 개인적이고 은밀해야 할 감정까지도 노동의 일부로 관리 받고 상품화 되는 자본주의사회의 일면은 낯설지 않다. 어느 사회이건 그 사회가 기능하는 동안 구성원들의 감정노동을 이용하게 된다. 그러나 그 사회체계 속에서 돈, 권위, 지위, 명예, 행복 등 많은 종류의 이익을 실제로 어떻게 배분하느냐에 따라 착취는 다르게 진행된다. 따라서 감정노동으로 무엇을 잃게 되느냐는 물음은 감정노동 자체가 아니라 감정노동에 관한 보상 체계의 문제라 할 수 있겠다.
  사회 곳곳에서 ‘갑질’ 논란이 뜨겁다. 상대적으로 약자일 수밖에 없는 ‘을’의 스트레스를 그들의 탓으로 돌리기엔 사회구조적 문제가 심각하다. 혹실드의 책 <감정노동>은 감정까지도 상품화해야 하는 노동자들의 고뇌를 이해하는데 상당한 도움을 줄 것이다.

 

추천 - 박산향 교수 (기초교양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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